[자신감 없는 5세 아이의 상황 설명]
5세 진아의 생일에 생긴 일입니다.
진아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진아의 생일 선물로 자전거를 준비했습니다.
자전거를 본 진아의 반응이 매우 궁금하셨습니다.
"진아야, 선물이 마음에 드니?"
진아는 선물을 보더니 별 반응이 없습니다.
할머니는 아이의 기분을 부추겨보았습니다.
"진아야, 저 멋진 자전거를 보렴. 얼마나 좋아!"
진아는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습니다.
"저는 자전거를 못타요."
할아버지께서 웃으시며 말했습니다.
"진아야, 걱정하지 말거라. 곧 배울거야."
하지만 진아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자전거 근처에도 가려하지 않았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무척 실망을 하셨습니다.
마치 아이에게 거절당한 듯한 감정을 느끼면서 진아의 아침밥을 먹여주셨습니다.
[답변]
진아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는 자기 자신들에 대해서나 진아에 대해서 무력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진아는 더더욱 자신에 대해 불신하고 어쩌면 자기는 정말 속수무책인 아이라며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진아는 자신이 없음을 표현하기 위해 위와 같은 행동을 한 것이었습니다.
진아네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는 진아를 사랑하시죠. 하지만 두분은 진아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최선의 방법이 아이를 위해 뭔가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계십니다. 예를 들면 아침밥을 먹여준다거나 하는 것이지요.
어른들은 아이들의 이런 표현에 실망한 나머지 다른 행동을 해도 그 행동이 전달하고자하는 의미를 알아차릴 수 없게 되고 맙니다. 자신의 뜻을 전달하는 데 실패한 아이는 점점 더 자신을 하찮은 존재로 생각해 버립니다.
이러한 잘못된 생각과 행동은 5살 이하의 아이들에게서 발견되기 쉽습니다. 특히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발휘할 여유가 없는 너무 과도한 목표를 세우고 성취를 위해 애쓴 부모님의 보살핌을 받았을 경우 그렇습니다.
부모 혼자만의 생각으로 내린 결론이나 목표 등이 아이들에겐 너무 힘겨운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른들이 요구하는 것들을 잘 해낼 가능성이 적거나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할 때 아이는 스스로 무능력하다고 판단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 아이 자신의 무능력을 확인하게 하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아이들은 새로 닥쳐올 도전이나 기회를 쉽게 포기해 버리고 혼자 힘으로는 어려운 일을 할 수 없다고 단정지어 버립니다.
- 나 포기했어요...
진아의 할머니 할아버지는 실망한 기색을 내지 않기 위해 애쓰셨습니다. 그러나 진아는 스스로 작고 힘이 없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로서는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고 진아의 부모님이 현재 주변에 없다는 사실에 아이가 상처받지 않게 하려고 애를 쓰셨습니다.
또한 진아가 두 분의 호의에 대해 예상했던 반응을 보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아이를 위해 무엇을 대신해 주셨지요. 밥을 대신 먹여 주는 행동이 그렇습니다. 이 두 분은 계속 진아가 필요로 하는 것을 준비해 주고 마련해 주기 위해 애쓰실 것입니다. 뭐든 될 수 있는 한 사주시고 진아가 필요하다고 느끼기 전에 한 발 앞서 준비를 해주시겠지요.
진아는 어떠한 반응을 보일까요? 진아는 계속 안으로 침잠하고 수동적으로 행동하며 새로운 것에 도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아이의 감정, 행동 등은 진아가 '나 포기했어요'라는 메세지를 보내고 있음을 나타냅니다.
- "좀더 쉬운 방법을 알려주세요. 저의 자그마한 성과들을 인정해 주세요!"
스스로 무능력하다고 느끼는 아이는 '완전함'에 대한 신화에 빠져 있습니다. 이들은 무엇이든 완벽히 해내지 못한다면 차라리 포기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실수란 새로운 뭔가를 배울 수 있는 기회임을 깨닫는다면 구태여 '완전함' 아니면'포기'사이에서 힘들여 고민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아이가 실수를 저지른 것 때문에 매번 처벌을 받거나 야단을 맞는다면 아이는 '내가 잘 하는 건 아무 것도 없어'라고 믿게 될 것입니다.
진아가 아장아장 걸을 무렵부터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아주 예쁘고 훌륭한 옷만을 입히셨습니다. 그런 예쁜 옷을 입을 때마다 진아는 '깨끗이 입어라'는 당부를 들었습니다. 만일 그 옷에 흙을 묻히거나 물감이 묻힌다면 할머니께서 무척 당황스런 표정을 지으셨습니다.
진아는 무엇이든 더럽히는 행위는 아주 미운짓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5살이 음식을 먹거나 주스를 마실 때 늘 깨끗하게 먹을 수는 없습니다. 진아는 자신이 계속 미운 짓을 하고 뭐든 옳게 하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믿음 때문에 굳이 진아는 스스로 무언가를 하려들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경향을 가진 아이는 아마도 "좀더 쉬운 방법을 알려주세요. 저의 자그마한 성과들을 인정해 주세요!"라는 마음의 팻말을 들고 서 있겠지요.
스스로 무능력하다던지 포기하는 것은 정말 외롭고 서글픈 일입니다. 이런 아이들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동떨어져 혼자 있기를 좋아합니다. 그만큼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거나 귀찮게 하지는 않습니다. 이러한 아이들의 외로움을 어떻게 다독여줘야 할까요?
- 아이에 대해 믿음을 갖고 아이 스스로 일하게 하세요.
어쩌면 아이를 위해 너무 많은 배려를 해주지 말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할 일을 대신 해주면 아이에게는 "난 참 똑똑하고 재능이 있단 말야"하고 느낄 기회가 없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혹은 "다른 사람들이 나를 위해 뭔가를 해줄 때만이 나는 사랑을 받고 있는 거다"라는 잘못된 믿음에 사로잡힐 수도 있겠지요.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대신해 주지 마십시오. 아이가 '전 못해요'라고 말을 한다면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합니다. "엄마는 네가 이 일을 잘해 낼 것 같은데?"라고 말하며 아이의 용기를 북돋워주십시오. 스스로 무능하다고 느끼는 아이에게 자신감을 회복시켜 주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 연습 시간을 주고 작은 발전도 축하해 주세요.
진아는 당연히 자전거 타는 방법을 모를 것입니다. 이 때 할머니께서 자신이 자전거를 배우다가 생겼던 일들을 재미있게 이야기해 주셨다면 어떠했을까요? 자전거를 가눌 줄 모르던 모습에 모두가 웃고 재미있어 했지만 결국 잘 해내도록 연거푸 노력했던 그 경험을 말이지요. 이러한 얘기를 듣는다면 진아는 못 해낼 것 같은 자신의 두려움이 할머니조차도 가졌었던 정당한 감정임을 깨달을 것입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완벽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못하는 것을 주변의 어른들도 어렸을 때 못했던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른들이 먼저 아이에게 '어릴 적' 이야기를 정직하게 털어놓지 않는 한 말입니다.
어떤 어른들은 자신이 어릴 적에 이루었던 업적을 자랑스럽게 늘어놓습니다. 이런 행동은 하나의 본보기를 제시해 줄 수는 있겠지만 아이와 어른 사이의 친밀감이나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좋은 행동이 아닌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지그시 바라봅니다. 어른들이란 전지전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아이들의 입장에서 볼 때 어른들이 실패나 연습을 통해 목표를 성취해가는 모습이 얼마나 놀랍고 신기하겠습니까?
아이들은 당신의 생활모습을 보며 삶의 기술을 배우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십시오. 삶의 목표를 향해 부단한 노력과 성실함으로 성취해 나가는 부모 밑의 아이들은 자신의 모습에 빗대어 생각하고 행동하게 됩니다.
스스로 무능력하다고 느끼는 아이들은 연습조차 거부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아주 쉬운 단계부터 연습을 시작해야 합니다. 진아의 경우를 예로 든다면 먼저 집안에서 잔전거 위에 앉아보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자전거에 앉기가 익숙해지면 정지된 채로 바퀴를 굴릴 수 있는 연습을 시도합니다. 이 단계가 익숙해지면 밖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또한 아침밥을 숟가락으로 떠 먹여 주는 것도 그만 두어야 합니다. 처음엔 밥알을 흘리며 잘 먹지 못할지도 모릅니다만 한 술 한 술 성공할 때마다 이 작은 성공들에 대해 칭찬해 주시고 격려해 줍니다. 이 작은 성공들과 당신의 격려야말로 아이의 마음의 양식이 될 것입니다.
- 실수를 야단치지 말아야 합니다.
비판을 받는다는 것은 어른인 우리에게도 참기 힘든 일입니다. 스스로 무능하다고 생각하게 된 가엾은 아이에게 비판이나 야단이 어떤 작용을 하게 될까요? 이러한 아이들을 위해 우리가 먼저 해야 할 일은 야단치기를 그만두는 것입니다.
만일 진아가 예쁜 옷에 물감을 잔뜩 묻혀 돌아왔다면 할머니께서는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까요? 부주의함을 야단치는 대신 먼저 아이의 놀이옷으로는 새하얀 드레스가 적당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아야하겠지요. 그리고 이렇게 말해주는 것은 어떨까요? "진아야, 오늘 유치원에서 그림을 그렸나보구나. 굉장히 열중했었나본데, 할머니에게도 그림을 보여주겠니?"
너무 과도한 목표를 세우고 성취를 위해 애쓰는 어른들의 요구에 비해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할 때 아이는 스스로가 무능력하다고 판단하게 된다. 새로 닥쳐올 도전이나 기회를 쉽게 포기해 버리고 혼자 힘으로는 어려운 일을 할 수 없다고 단정지어 버린다.
만일 실수란 새로운 뭔가를 배울 수 있는 기회임을 깨닫는다면 구태여 '완전함' 아니면 '포기' 사이에서 힘들여 고민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작은 성과도 인정해 주고 격려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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