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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미술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각

부모교육 & 육아 정보

by picasokids 2018. 1. 9.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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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몇 년 동안 제대로 된 아동미술교육에 대해 고민을 해 왔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아직까지 정확한 정답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부분 프렌차이즈를 운영하는 미술교육 브랜드들은 저마다 자기의 방법이 옳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앉아서 들어보면 다 옳은 것 같다. 그러나 그건 들을 때 뿐이며 실제 상황에서 적용하다보면 뭐가 정답인지 모를 때가 더 많다. 어쩌면 아동미술교육에 정답은 없을 수도 있다. 그냥 서로가 맞다고 주장하는 것이지 아직까지 어떤 사람의 말이 맞다고 판정이 내려진 것은 아닐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동미술교육은 놀이 퍼포먼스의 차원을 넘어 사고력과 인지력이 동반되는 행위를 할 수 있을 때부터 언급이 가능할 것 같다. 아이들의 발달 단계 중에서 낙서 위주의 난화기를 벗어나 전도식기-도식기의 단계를 거칠 때 가장 창의적인 그림이 나온다고 볼 수 있다. 이 시기에는 아이들이 보이는 그대로 표현하기보다 머릿 속에 있는 내용을 상징적인 도형이나 모양으로 나타내고 실제 대상과는 무관하게 감정적으로 좋아하는 색을 칠하게 된다. 이 시기에는 미술에 흥미를 많이 갖게 하여 잠재적인 개성과 창의력을 이끌어 내는 창의미술 수업이 필요하다.



창의미술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각이 있다. 필자는 이 두가지 시각을 함께 소개한다. 만약 두 가지 중에서 어느 하나가 맞다고 느꼈다면 그것만 주장하겠지만 필자가 봐도 어느 하나를 고집한다는 것이 꼭 필요한 것인지 더 깊이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먼저 예술디자인 명문대학 미국 스쿨오브비주얼아트에서 27년째 학생을 가르치는 앤드루 장(63, Andrew Chang) 교수의 인터뷰 내용을 보고 그가 주장하는 창의미술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


앤두르 장 교수는 "제대로 된 미술교육이야말로 창의력을 키우는 데 제격"이라고 했다. "미술은 다양한 소재나 주제를 접목시켜 전혀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데 가장 이상적인 분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술 분야 중에서도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창의미술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장 교수는 미술활동을 하면서 "상상력을 결과물로 바꾸는 과정에서 창의력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머릿속에 떠오른 상상력을 상대방에게 전달하기 위해서 일단 종이에 표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재료와 도구를 사용한다. 대상을 정확히 표현하는 과정에서 이성적인 능력을 발휘하며 그것을 채색하는 과정에서 감성적인 능력을 활용한다. 즉 자신의 아이디어를 더 잘 표현하기 위해 고민하는 과정에서 창의력과 응용력이 자라는 것이다."라며 창의미술의 중요성에 대해 말했다.



장교수는 "보이는 대상을 연필로 어느 정도 표현할 수 있는 유치원생부터 초등학교 3~4학년까지가 창의미술 교육을 하기 가장 적합한 시기"라고 했으며 "그 이후에는 사실적 묘사와 선입견에 집착해 교육 효과가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이 시기에 미술활동은 평가의 대상이 되어선 안된다. 장교수도 미술활동에 있어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를 주장했다. 미술교육은 개개인의 고유성에 자신의 생각과 느낌이 뭍어 있어야 한다. 그것에서 풍겨나오는 '오리지널리티'가 창의미술 교육의 핵심이다. 미술은 정답이 없는 활동인데 마치 정답이 있는 것처럼 몰아가거나 다른 사람의 결과물과 비교해서는 결코 창의력이 높아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창의미술 교육의 목적은 완성이 아니라 과정에 있다. 그림을 그리고 만드는 과정에서 학생 개개인의 문화적, 환경적 다양성을 이끌어내 새로운 것을 창조해야 한다. 그 창조 과정에서 응용력과 창의력이 생긴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식으로 아이들에게 결과물을 독촉해서는 안된다. 창의미술은 더하기가 아니라 곱하기가 되어야 한다. 자연, 과학, 작문, 음악, 문화적 경험이 서로 융합이 되었을 때 더 큰 힘을 가진 창작물이 만들어진다. 



이런 과정에서 장 교수는 기술 위주의 수업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미술이란 기술 위주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사고를 통한 활동이다. 그것을 잘 표현하기 위한 것이 기술이라고 했다. 어떠한 대상을 놓고 똑같이 그리려는 방법만 가르친다면 그것은 단순한 손재주 활동에 불과하다. 창의미술은 "창의"에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교사는 아이들이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과제를 제시해야 한다. 


반면 아동미술에서 중요한 것은 창의력보다 소재 표현력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엄마는 행복한 미술선생님]의 저자 '바오','마리'가 그 주인공이다. 사실 필자가 아동미술교육에 입문했을 때 철학은 장교수와 거의 비슷했다. 그런데 어느날 바오, 마리의 컬럼을 읽고 생각의 폭을 넓히게 되었다. 



어떤 사람들은 아동미술에서 표현력(기술)을 가르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한다. 소재를 잘 표현하도록 가르치는 것은 주입식 교육과 다를바가 없다고 말이다. 


바오, 마리는 이렇게 주장했다. 물고기를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가 바닷속의 모습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동물을 그리지 못하는데 동물원에 갔던 일을 표현할 수 있을까? 기본적인 맞춤법과 문법을 모르는데 어떻게 감동적이고 설득력 있는 글을 쓸 수 있을까? 계이름도 모르고 기본적인 코드도 모르는데 어떻게 아름다운 음악을 작곡하며 연주할 수 있을까? 소재 표현이 안되면 주제 표현에 필요한 연상법을 사용할 기회마저 없다는 것이다. 


소재 표현력이 있어야 주제를 잘 표현할 수 있다. 주제를 어떻게 표현할지 생각하는 과정에서 창의력이 발산된다. 


사실 이 두 가지 주장에서보면 소재 표현력과 주제 표현력의 중요성에 앞 뒤만 바뀌었을 뿐이라 생각된다. 둘 다 중요하다. 어느 하나를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승일미술연구소에서 주장하는 것에 더 신빙성을 가지고 있다. 승일미술은 아동미술교육 영역을 4가지로 나누어 설명한다. 아동미술교육의 영역을 창의영역, 조형영역, 드로잉영역, 회화영역으로 나누고 테스트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발달단계에 맞는 교재를 활용하여 자극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아이들은 창의력은 좋은데 소재 표현력이 부족한 아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면 소재표현력이 어떤 이유에서건 자극이 적어서 그런 것이니 좀 더 자극을 하면 어떤 주제를 창의적으로 표현하는데 더 도움이 될 것이다. 



많은 유아교육 관련 학자들이 영어 교육은 적기 교육이 되어야 하며 조기 교육은 아이들에게 부작용만 낳는다는 말을 해도 유아 교육의 결정권을 가진 학부모들은 본인의 생각대로 교육기관을 정하게 된다. 4세부터 7세까지는 모국어로 배경지식을 넓히며 깊이 있는 사고력을 키워 창의적으로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야 하는 시기라고 해도 일부 학부모들은 일명 영어유치원이라는 곳에 고액의 교육비를 내고 아이를 맡긴다. 표면적으로는 모든 수업을 원어민이 영어로 한다지만 그게 얼마나 효과가 있겠는가? 한국말보다는 얕은 단어로 구성된 영어로 얼마나 깊이 있는 사고가 가능하겠냐는 말이다. 언어는 번역의 수단이다. 상대방에게 무언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그 분야에 많은 지식이 쌓여 있어야 하며 그 지식 중에서도 설득력 있는 내용을 정리해서 간결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즉 말을 하는 기술보다는 전달하려는 내용이 더 중요하다. 


모든 교육은 그것을 행하는 사람이 제대로 된 철학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비자들에게 '잘 먹히는' 상품을 그냥 아무 책임 없이 팔면 안된다. 적어도 교육이라는 상품은 파는 사람이 제대로 된 상품임을 확인하고 팔아야 한다. 그 상품은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상품이기 때문이다. 


글 중간에 삽입된 그림은 오산 피카소 미술학원 초등생들의 작업물이다. 소재 표현력도 키우면서 창의적인 생각도 함께 자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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